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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왕피천 봇도랑길 트레킹 2024.6.7

by 바람말 2024. 6. 9.

모처럼 징검다리 연휴인데... 패들보드 타러 어디 갈까? 하고 캠핑장 예약 사이트들을 둘러보니 역시나 이번 징검다리 연휴에도 풀부킹이다.

그렇다고  자리도 없지만 6-7만원이 넘는 사설캠핑장은 가기가 싫고, 부소담악 당일치기로 갔다올까 생각도 했지만 길 엄청 막히는 연휴에 당일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7년전에 다녀왔던 왕피천 봇도랑길이 생각났다. 그때 봇도랑길 걸으면서 '야... 여기 너무 좋은데  왕피천 물길로 물놀이하면서 트레킹하면 더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던 게....

그때는 단순 물길 트레킹이었지만 지금 나에게는 저가 중국산이지만 패들보드라는 게 있다.  그리고 왕피천 하류라 수량도 풍부해서 패들보드로 트레킹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6일 밤에 대충 짐싣고 출발했다.  잠은 차에서 차박하거나 현지 모텔 이용할 생각을 하고....

자정이 지날 무렵 왕피천 봇도랑길 주차장에 도착하니 차박하거나 텐트친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도 없다.. 해서 급하게 차박 세팅하고 잘 잤다.  쏟아지는 별들을 보면서....

봇도랑길 공터인데... 연휴인데도 아무도 없다. 7년전에 왔을 때만해도 강변쪽에 텐트치는 사람도 차도 있었는데...

 

은어길(봇도랑길) 안내판
탐방로 유실이 심한가 보다. 통행금지 표지판이 생겼다. 어쩐지 아무도 없다 했다... 우리는 봇도랑길이 아니라 물길로 트레킹할 거라....
푸세식 화장실이 하나 있는데.... 이렇게 깨끗하게 관리가 잘된 푸세식 화장실은 처음본다. 여기 관리하시는 분 칭찬 많이 받으셔야 할 듯....
봇도랑길 시작점 공터, 여기에 주차를 하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여기도 경치가 좋고 물놀이하기도 좋다.

아들하고 패들보드 바람 넣고, 혹시 몰라서 하의는 3미리 슈트입고 상의는 레쉬가드입고 왕피천 트레킹을 시작했다. 봇도랑길 코스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왕복코스로....

공터 바로 앞에서는 시작을 못하고 한 200미터 상류쪽 돌로 보를 쌓아놓은 곳에서 시작을 해야 한다. 거기까지는 패들보드를 들고 이동해야 한다....(한여름에는 더워서 못할 듯....^^;_)

 

봇도랑길 물길 트레킹 시작점부터 풍경이 이렇다. 물도 정말 맑고....

왕피천이 대단한게 60km 물길이 굽이굽이 돌아 내려와 여기 최하류인데도 수질이 이렇다는 것이다. 상류에 물 맑은 하천은 널리고 널렸지만 하류까지 이렇게 맑은 수질을 유지하는 하천은 왕피천이 아마 유일무이할 것이다.

곳곳에 이렇게 깊은 소가 있다. 스킨다이빙하려 와도 될 듯.... 물론 물이 맑긴 해도 하류인 만큼 물이끼가 많다. 다이빙을 해볼까 했지만 몸에 이끼가 감길 거 같아서 하지 않았다.... 스킨다이빙은 장마때 이끼가 떠내려간 후에 하는 것이 좋을 거 같다.

 

걸어서 물길 트레킹을 했으면 많이 힘들었을텐데.... 패들보드로 가니 유유자적이다. 지금은 수량이 많지 않아 유속도 빠르지 않아 물길 거슬러 올라가는 것도 아무 문제 없다.
천 하류답게 돌도 둥글둥글하다.
바로 옆에 봇도랑길이 보인다. 60여년 전 농사 지을 때 사용할 물을 대려고 여기 농민들이 이 험한 지역에 봇도랑을 만들었다. 그 용도가 폐기되어 방치하던 중 여기에 정착한 왕피천모래언덕펜션 사장님이 아이디어를 내고 요청을 계속해 지자체에서 도랑을 메꿔 산책로로 만들었다고 한다. 7년전 펜션 사장님한테 직접 들었던 얘기...
봇도랑이 원래 물길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평탄화를 유지하기 때문에 노약자들도 산보하듯이 트레킹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복병이 있으니... 이곳이 낙석지역이라는 게.....
이런 여울이 나오면 패들보드를 들고 가야 한다. 핀이 바닥에 닿아서 전진을 할 수 없다.
말이 필요없는....
여기서 더 가야하는데 여울이 너무 길어서 여기에서 회차한다.
다시 내려오는 길.... 핀이 자꾸 바닥에 걸린다고 아들은 핀을 빼고 탄다.... 패들보드가 빙글빙글 도는대도 잘 탄다...ㅎㅎ
내려갈 때는 신선모드로... 흐르는 강물 따라....
60여년전 우리 농민들의 피와 땀의 흔적들.... 여기는 그냥 절벽인데... 정말 대단하셨던 조상님들....
내려가는 길이라 오른쪽으로 봇도랑길이 보인다.
신선놀음....
봇도랑길 유실된 곳 중 하나.... 저런 곳이 곳곳에 보인다.

여기는 절벽을 보면 낙석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해동기인 봄에 정말 위험할 듯....

정말 좋은 곳인데 낙석지역이라 지자체에서도 난감할 것 같다. 낙석방지까지 해서 복구하려면 돈도 많이 들어가고 경관도 많이 해칠테고... 그냥 두자니 천혜의 관광자원이 너무 아깝고 탐방객 사고도 우려되고....

그러고보면 저런 봇도랑을 매년 복구 관리했던 지역 농민들의 노고는 대단했구나....

 

여기가 왕피천 패들보드 트레킹의 종점이다... 정말 재미있었는데 중간중간 여울 구간에 패들보드 들고 옮기는 게 많이 힘들기는 했다. 그리고 여기서 수량이 더 많아져서 유속이 더 빨라지면 위험할 수도.... 지금 수량 정도가 딱 맞는 거 같다.

왕피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