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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캠핑

2006년 7월 15~17일 홍천 밤벌유원지

by 바람말 2007. 12. 30.
출장중에 번개후기 올립니다.

온 나라가 난리가 난 상황에서 한가하게 캠핑이나 즐기고 왔다고 후기 올리는 게 좀 그렇네요....
이번 수해에 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피해지역이 신속히 복구되어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돌아가시길 기원합니다......

이번 캠핑은 사실 오래 전부터 계획을 하였습니다. 모처럼 맞는 연휴라서 원래는 경북 울진 왕피천 계곡에 가서 계곡 트레킹도 하고 캠핑도 하려고 했습니다만.... 지난 주에 왕피리에 있는 부원농장에 전화를 하니... 계곡물이 많이 불어 캠핑하기 곤란하니 장마 끝나고 오라는 말을 듣고... 장수대로 가기로 버들님네와 약속을 했습니다.
그래서 미리 아이들 토요일 체험학습도 내고.... 준비를 미리 했었지요.

원래 금요일에 장수대로 떠나기로 했습니다만.... 제 지방출장이 길어져서 금요일 출발이 어려워지고.... 경기,강원지역 호우주의보가 내린다는 뉴스에 딸기하우스짱님이 금요일에 장수대 야영장 관리소에 전화해서 확인해보니... 비가 많이 오니 오지 말라고 했다는 소식을 듣고.... 홍천 가리산 휴양림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토요일 오전에 홍천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토요일 오전 11시 넘어서 출발을 하였는데.... 고속도로 전광판에 진부IC에 토사가 쌓여서 국도 우회 소식이 전해지더군요.

그때까지도 상황의 심각성을 잘 몰랐습니다.
먼저 출발한 버들님네가 가리산을 7km 앞두고 홍천에서부터 강원도 인제쪽 도로를 전면 통제하여 회차를 한 상태이고 후에 홍천 IC에서 버들님네와 합류하여 어디로 갈 것인가를 의논하였습니다.
가까우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치악산 금대리 오토캠핑장으로 장소를 정하려 했습니다만.... 행보기님이 전화로 확인해준 바로는 국립공원 휴양림은 모두 야영통제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네요...(행보기님 고마우이.... 좋은 정보 주어서...)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가까운 다음 위캠장소인 밤벌유원지로 전화해서 야영 가능하다고 하여 밤벌유원지에 사이트를 구축하였습니다.

홍천 IC까지 갈 때만해도 그렇게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홍천IC에서 우회하여 밤벌유원지에서 사이트를 구축하는 동안 인제, 평창지역에서 엄청난 수해가 났었더군요.... 저희는 그런 상황을 몰랐습니다.... 다만 엄청나게 불어난 홍천강물을 보면서 위쪽 지방에 비가 많이 왔나보다라는 생각만 했었지요...



밤벌유원지에 막 도착했을 때입니다. 밤벌유원지에 텐트치고 있는 야영객도 있고, 당일 행락객도 많이 있었고.... 수해와는 전혀 무관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래도 홍천강물이 많이 불었지요....



사이트를 구축하여 아이들은 네일아트를 서로 해주면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올거란 뉴스에 동계캠핑을 든든하게 지켜준 라운지를 다시 챙겨들고 갔습니다.
바람막이를 흙으로 덮어놓으니... 라운지 안 바닥은 물이 들어오지 않더군요.



2시간 30분이면 올 거리를 빙빙 돌아 오느라 허기가 져서 서둘러 저녁을 챙겨먹고 있습니다.
이 때까지도 온 나라가 수해로 난리가 난 줄 모르고 있었습니다.



밤벌유원지는 콘크리트로 바닥이 된 사이트가 몇 군데 있어서... 그위에 타프를 쳤습니다... 덕분에 비가 억수로 오는 와중에도 질퍽거리지 않아서 좋더군요.



넘실거리는 홍천강물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밤벌유원지 주인아저씨는 이 정도까지 물이 불어난 게 20년만에 처음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여기까지 물이 넘어오지 않겠냐고 하니.... 밤벌유원지가 물에 잠길 정도면 서울은 끝장이라고 하네요.
여기가 물에 잠기면 서울에 있으나 여기 있으나 마찬가지라고.....^^;



아무튼 토요일 저녁 캠핑은 평화로왔고 한가로왔습니다.



타프 양쪽으로 차 꽁무늬를 들이대어 짐정리 공간을 마련하였습니다. 비가 많이 올 때는 권장할 만한 방법이네요.



미리부터 우중캠핑을 예상한 딸기하우스짱님이 만화책을 잔뜩 빌려왔습니다..... 그래서 캠핑하는 내내 아이들은 독서캠핑(?)을 하였습니다.







밤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더군요..... 비에 쫄딱 젖은 나무들이지만.... 잔가지부터 불을 피워 숯불이 바닥에 가득차면 젖은 통나무들도 잘 탑니다... 물론 연기는 많이 납니다만....



비올 때는 긴팔 외투가 꼭 필요합니다.... 밤에 기온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저녁때부터 식은커피님, 김밥둘둘님, 세브니님, 행보기님, 아이세상님, 고구미님, 디디디님 등등..... 안부전화가 무지하게 왔습니다.
인제쪽은 난리가 났다느니.... 어제 헤매고 다녔던 그 시간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되었다느니....
정말 실감이 안나더군요....



삐꾸망치는 여전히 물받이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밤새 비가 정말 단 1초도 안쉬고 쏟아졌습니다. 비오는 날 타프와 텐트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듣기 좋다는 말은 많이 하지만..... 밤새 타프와 텐트위에 쏟아졌던 빗소리는 그냥 폭소포리였습니다.

담날 아침입니다. 홍천강물이 밤벌유원지 지면과 거의 같은 높이까지 불어났네요.



상류지역에 있는 모든 것을 싹 휩쓸고 내려온 듯... 홍천강물에는 통나무며, 드럼통이며 엄청난 부유물이 떠다니더군요.



대범한 버들도 걱정이 되나봅니다. 밤벌유원지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나무들은 뿌리채 뽑혀서 싹 떠내려가더군요.



강물 수위가 거의 지면 높이와 같습니다.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로....



오후부터 물이 조금씩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이번 캠핑은 한마디로 딩굴딩굴대는 캠핑이었습니다.



비가 워낙 많이 오니..... 지난 겨울 까딱없었던 라우지도 비가 새네요.....
'비가 새는 판자집에 새우잠을 잔대도......'^^;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고.... 만화책이 지겨워지면 책도 보고....



아이들이 모처럼 자율학습(?)을 하고 있습니다.



참... 만화책 무식하게 많이도 빌려왔네요.....



책하고는 별로 안 친한 버들의 심심한 모습입니다...^^;



역시 독서하는 모습.....



만화책을 오래 보다보면 온갖 자세가 다 나오지요....



토요일 오후에 고구미님과 행보기네가 합류하였습니다. 울 둘째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상우형아가 오자 살판이 나네요.
이종격투기 놀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니.... 피곤하지요...ㅎㅎ



토요일 오후에 고구미님과 행보기님네가 합류하였는데.... 밤벌유원지로 들어오는 양쪽길 모두 통제가 되어 우회해서 들어오느라 고생을 많이 하였습니다..... 저희는 밤벌유원지에 행락객들도 들락날락거리고.... 주인아저씨도 천하태평이라 몰랐었는데.... 밤벌유지원지 아래쪽 반곡교는 만수위로 통제되고.... 팔봉산유원지쪽으로는 작은 다리 하나가 물에 잠기고 길 중간이 토사 때문에 복구 작업을 하여 양 방향이 모두 통제되었다고 하네요....
결국 저희는 밤사이 고립되었던 상황도 모르고 있었습니다....ㅠㅠ



행보기님네 사이트입니다. 텐트는 치지 않고 돌거울님 캠핑카 모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돌거울님 캠핑카가 세계에서 제일 작은 캠핑카라고 하셨는데.... 이제는 아닙니다...ㅎㅎ
저희도 비가 오면 돌거울님 모드로 가기로 하였습니다.....
역시 왕창내리는 폭우를 경험하니.... 돌거울님 캠핑카모드가 경험에서 나오는 현명한 방법이란 걸 알게 되더군요....ㅎㅎ



불어난 홍천강물은 무서웠지만..... 이 곳 밤벌유원지 풍광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홍천강물이 이제 눈에 뜨이게 많이 줄었습니다.



정말 변화무쌍한 자연의 힘 앞에 할말이 없더군요.



밤벌유원지 전경입니다..... 저희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아마 밤벌유원지에 자리잡지 않았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하네요....



밤벌유원지 바로 앞 풍경이 팔봉산 못지 않은데..... 지금 생각해보면 팔봉산 바로 뒷모습이 아닌가합니다.



밤벌유원지엔 밤나무가 정말 많습니다.... 비가 오지 않으면 타프가 필요없을 정도로.....
다만 밤나무는 썩은 나뭇가지가 갑자기 툭툭 떨어지기 때문에 자리 잡을 때는 머리 위에 썩은 가지들이 있는가 정말 주의해야 합니다..... 잘못하면 큰일 날 수 있습니다.....
우리 둥지도 갑자기 떨어진 감나무 가지에 어깨를 맞아서 큰일 날 뻔 하였습니다.



요 녀석들도 독서캠핑에 합류하였네요.



일요일 아침 전경입니다.... 다행히도 일요일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습니다.



강가에 가보니.... 드디어 강바닥이 드러났네요..... 제가 사진 찍은 곳에서 강바닥까지는 3m정도 높이입니다.



순식간에 강물이 불었다 줄었다하네요......



강바닥에 내려가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을 아는지 모르는지..... 홍천강변의 풍경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저기 절개지 윗부분까지 홍천강물이 넘실대었습니다....



자연의 엄청난 힘을 체험한 캠핑을 정리하고 집으로 귀가하였습니다. 귀가하면서.... 불과 며칠전에 지났던 길들, 논밭들이 침수된 현장을 지나쳤습니다.
이번 캠핑은 무리한 강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밤벌유원지에서 캠핑할 당시에는 전혀 위기감 같은 걸 느끼질 못했는데.... 불과 몇키로 떨어져있지 않은 난민촌 수해와 지나오면서 본 수해현장을 보니......
저희가 정말 운이 좋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행히도 대자연은 저희에게 겸손해지라는 기회를 주었네요.....

아무쪼록 수해지역에 신속한 복구가 이루어지길 바라며.... 수해 피해를 입으신 많은 분들께 위로의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걱정되어 전화주시고 메시지 주시면서 염려와 좋은 정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그리고 또 송구스럽습니다.... 걱정 끼쳐드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