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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캠핑

왕피천 트레킹 후기

by 바람말 2007. 6. 21.

원래 이번주는 오대산에서 열리는 위캠에 가려고 했는데.... 그만 금요일 저녁 출발 준비를 하려다가 둥지하고 심하게 다투었다. 드세기로 소문난 백말(?)끼리 만나서 싸우기도 자주 싸우는 것 같다...ㅠㅠ

위캠에 가는 걸 포기하고 씩씩대며 토요일 늦은 아침까지 자다가.... 아침에 한 번 더 칼로 물베기(?) 한 판 더하고... 침낭에 배낭 대충 꾸려가지고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갈까 하다가... 5월 연휴때 가족하고 가기로 약속했던 왕피천으로 무작정 향했다.... 사실 왕피천 트레킹 코스가 다소 험하다고 하여 미리 답사를 하려고 작정도 했었고...

노는 토요일 오후... 길이 엄청나게 막혔다... 집에서 불과 10여킬로 거리를 나가는데 무려 2시간이나 걸린다... 다른 날 같았으면 옆에 앉은 둥지한테 짜증이라도 냈을텐데... 옆에 둥지도 없고 혼자니... 애꿎은 담배만 작살을 내고....

근 6시간을 쉬지 않고 운전한 끝에 왕피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우리 나라에서 제일 먼 오지라는 곳을 다녀왔으니... 내가 생각해도 내가 제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왕피천은 작년에 생태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이 되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 지역이 이제 제대로 보호받고 보전된다니 반가운 일이다.


울진군 서면 삼근리에서 임도 수준의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구불구불 고개길을 넘는다...


고개 정상에 오르면 환경보전지역 감시초소도 생기고 왕피리에 위치한 한농마을 안내도가 보인다.

한농마을은 종교에 기반을 둔 공동체 마을이지만 친환경농업마을로 더 알려져있다. 환경보전지역과 친환경농업...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생태주의를 깊이 연구한 한 선배님이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고... 자연과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조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이상적인 조합이 아닐까....


고개를 넘어서면... 정말 오지중의 오지라는 생각이 절로 난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계곡이 깊어져... 하늘이 점점 좁아진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지고있는 꽃들이 여기서는 만개해있다. 산이 깊은 만큼 봄도 더디 찾아오는 듯 싶다.


왕피2리로 가는 길에서 왕피1리로 가는 길을 굽어보았다.


왕피2리로 가는 길... 경사가 워낙 심해서 내차가 4륜 디젤차량임에도 1단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이다...

상태가 좋지 않은 차로 들어왔다가는 그냥 퍼지기 딱 맞는 길이다. 그리고 핸드폰도 잘 안터진다...^^;


친환경마을이 들어선 곳 답게 풍력발전기가 보인다. 대관령목장에 있는 그것과는 크기에서 상대가 안되지만....

한농마을의 상징처럼 보인다...


왕피2리에 접어들었다. 왕피천이 보이기 시작한다.... 목적지인 부원농장까지는 여기서도 한참 더 들어가야 한다.


부원농장 가는 길...


해가 거의 서산에 져서야 부원농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왕피천은 이제 환경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지정된 곳 외에는 일체 야영, 취사가 금지되어 있다. 왕피천 상류에서 야영을 할 수 있는 곳은 이제 부원농장이 유일한 것 같다. 부원농장 산막 앞 잔디밭에 잠자리를 마련하였다. 텐트는 일박에 1만원...


유난히 달이 밝은 밤이었다. 도시의 어수선한 등불들에 가려 어릴적 기억 이후로 달빛이 밝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아무런 인공적인 빛이 없는 왕피천에 뜬 달은 왕피천 계곡을 밝게 비춰주고 있었다.....

정말 얼마만에 느껴본 달빛인가....


밤하늘의 별들도 담아보고...


원래 늦잠을 자는 버릇이 있는데.... 다음날 아침에는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보통 캠핑을 다니면 까마귀나 까치 소리에 잠을 깨곤 하는데.... 여기는 온갖 새들이 노래소리에 잠을 깬다.... 잠을 깨면서 들은 새소리 종류만 10여가지가 넘는 듯....

왕피천은 새들의 고향이다...


사이트에서 저 멀리 보이는 곳이 왕피천 트레킹을 시작할 입구이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부원농장 전경.... 주인장 노부부의 정성스런 손길이 농장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주로 캠핑을 다니는 나로서는 부원농장이 민박위주로 주변정리를 하여 야영장소가 협소한게 너무 아쉽지만.... 방갈로나 화장실들 시설은 깨끗이 관리되어 있어... 이곳에서는 방갈로를 이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 같다....

이용료는 첩첩산중 오지임에도 싼 편은 아니지만.... 왕피천 상류쪽에서 거의 유일하게 취사 야영이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수긍할만하다.....

그리고 환경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부원농장 입구에 관리사무소가 생겨무단 취사, 야영행위를 통제하고 있다.


부원농장 주인집.... 이렇게 넓은 농장 관리하는 것이 보통이 아닐 듯한데.... 곳곳에 가꾼이의 정성이 녹아있다.


방갈로 바로 앞에 텐트를 쳤다.... 물은 야외에 있는 수도를 사용하고... 화장실도 야외에 있으나 매우 깨끗하다...


아침을 대충 먹고 배낭 꾸리고 9시 30분경에 용소를 향해 출발하였다..... 첫 도강은 바로 부원농장 앞에서부터다...^^;


부원농장 바로 앞 모습.... 물고기들이 많다...


용소 가는 길에 부원농장을 찍어보았다....


물속을 바라보고 있으니.... 손바닥만한 꺽지 한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이넘이 나를 한참 쳐다보다가... '별 이상한 넘(?)이 다 있네'하듯 휙 돌아가 버린다....^^;


두번째 도강 포인트....


갈수기임에도 물이 이리도 맑다.... 원래 이맘때 홍천강을 자주 갔었는데.... 홍천강하고는 수질이 아예 틀리다...


커다란 새 발자국과 산양이 놀았던 것 같은 흔적이 보인다....


계곡 코너를 돌자마자 왕피천의 고운 자태가 드러난다.... 오직 두발로만 올 수 있는 곳이다....





아직은 4월인데도 날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금방 더워진다....


기암괴석을 구경하는 맛도 좋았지만.... 이렇게 맑은 물을 보는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발굽이 두개인 것으로 보아 천연기념물인 산양 발자국으로 보인다.....

혹시라도 내 발자국에 놀랄까봐... 모래는 웬만하면 밟지 않았다....


고양이 발자국보다는 큰 걸 보니... 이것 역시 천연기념물인 수달 발자국인가?


산양과 수달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것들이 마구 섞여있다.... 사이좋게 공존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


나는 이맘때 연초록의 신록이 정말 좋다....


용소까지 트레킹 구간에 첫번째 절경포인트(? 내가 임의로 정한...ㅎㅎ)에 다가가고 있다....


.............


여기를 통과하려면 좌측 바위들을 넘어가야 한다... 졸지에 암벽코스도 경험을 해본다....


바위를 오르기 전에...


18mm 나름 광각으로 잡아도 풍경이 다 들어오지 않는다.... 직접 보아야...ㅎㅎ


....


바위 꼭대기까지 오르니 이런 자그마한 모래사장이 나온다.... 양쪽 입구가 커다란 바위들로 막혀있어 세상과 단절된 듯한 느낌을 한껏 받는다...


........


...........


인간의 인공물이 전혀 없는 곳에 들어오니... 낯설은 느낌이 문득 들지만....

정말 좋다...!


...........


한가족 놀기 딱 좋은 전용 모래사장....^^


이런 수달의 발자국인 것 같은 발자국은 왕피천 계곡 곳곳에서 발견된다....


여기서 물 한모금 마시고... 셀카를 찍어보았다.... 이 무슨 궁상인가...ㅎㅎㅎ



하류로 좀더 내려가니... 마치 거대한 관문 같은 풍경이 나타난다....



요기 코스는 오른쪽 바위에 바싹 붙어서 통과할 수 있다.... 다행히 바위 바로 밑은 깊지가 않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저 구간을 통과하다가 미끄러져서... 사진기까지 목에 맨채로 풍덩하고 말았다...ㅠㅠ


다시 용소를 향해 출발....


왕피천 도강코스중에 가장 무난했던 곳.... 물이 발목정도밖에 안되었다...ㅎㅎㅎ


다시 상류쪽을 보며...


이렇게 넓은 자갈밭도 나오고....


이곳을 통과하면 이렇게 바위들로 이루어진 지역을 지난다....


이름모를 산새가 도망도 가지 않고.... 아마 근처에 둥지가 있는 모양이다....

그냥 지나가는 과객이올시다... 놀라지 마시게나...^^;


바위돌이 많은 지역도 끝나가고....


모퉁이를 돌아나오니... 이런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


하얀 바위절벽과 조약돌....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제일 맘에 든다.... 제2 절경 포인트....


그냥 물길을 따라 걷기가 좋은 곳이다....


정말 물이 맑다....


저 멀리 반환점인 용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새하얀 바위가 정말 이채롭다....


바위를 한참을 타고야 용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물색깔하고는 틀리다... 검다....


얼마나 깊을까.... 용이 산다는 전설도 나올법하다...


용소 구간은 헤엄을 치거나... 산을 돌아서 가는 방법 외에는 통과할 방법이 없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물을 겁내본 적이 없는 나도... 저 검은 물을 보고 있으니... 등골이 시원해진다....^^;


장마때 불어나는 그 많은 물들도 오직 이곳을 통과해야만 바다로 갈 수 있다.....


그나마 바닥이 보이는 곳을 찍어보았다... 얼핏 보아도 깊이가 10여미터는 되는 듯하다...


수천만년동안 물에 깍이고 다듬어져 바위들이 동글동글하다....


여기서도 셀카를 찍어보았다...


용소로 들어오는 왕피천의 물들....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 다시 상류쪽으로 돌아간다....


저 높은 곳에 페인트 깡통이 매달려 있다.... 장마철 물이 불어나면 최소한 저기까지 물이 찬다는 것인데.....

무섭다....

이곳 왕피천을 막아서 댐을 만든다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계곡이 워낙 깊어서... 입구만 막으면 엄청나게 큰 저수지가 생길터이니... 개발논리만으로 따진다면 유혹이 될만한 계획일 수도 있겠으나....

이렇게 멋진 생태계의 보물단지를 수장시킨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발상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환경 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것이 정말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냥 풍덩 뛰어들어서 멱을 감고 싶은 곳....


돌아오는 길에 다시 사진기를 들이대게 되는 곳....


....


다시 되돌아오는 길인데도 지루하지가 않다.... 올때는 보이지 않았던 세세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중간에 거의 유일하게 소나무숲 평지가 있던 지역인데.... 특이하게도 유격코스(?) 같은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무슨 용도일까?


아마 왕피천 상류쪽에서는 유일하게 야영을 할 수 있었던 지역일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왕피천 전역에서 야영, 취사가 금지되어 있고... 그래서도 안된다...



되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더 많이 찍고 싶었으나.... 그만 바위에 바싹 붙어 도강을 시도하다 물에 퐁당 빠져서 카메라가 물에 젖었다.... 왕피천은 자신의 모습을 아직은 완전히 공개하기가 싫은가보다....

나홀로 왕피천 트레킹....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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